동아시아 역사

극성스런 제갈량의 북벌 - 국가의 안보를 위한 몸부림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7. 5.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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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삼국지의 영웅호걸, 이우각


제갈량의 북벌은 극성스럽다. 마치 '전쟁에 미친' 전쟁광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라의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려는 당연한 몸부림이었다.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하지 않으면 '대문이 없는 집'이나 '담장이 무너진 집'이라는 측면에서 기를 쓰고 기산(후난성 남부)을 차지하려 들었다. 앞에는 위수가 있고 뒤에는 사곡이 있었다. 해발 779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백 리에 걸쳐 있는 큰 산이다. 곱돌(활석)과 대리석이 많은 데다 삼림자원 또한 풍부한 알짜배기 산이다.


제갈량 북벌. 기산 위치제갈량 북벌. 기산 위치


제갈량은 기산의 자원 때문이 아니라, '촉으로 향하는 중요한 대문이고 담장'이라서 기어이 차지하려 하고 지키려 했다. 그 대신 낙양(허난성 북서부)에 도읍지를 정한 위나라는 위수를 지키려고 했다. 위수는 위나라의 수도인 낙양으로도 통하고 강남의 오나라로도 통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위수를 차지하면 곧 낙양을 넘보며 위나라의 최후까지 점칠 수 있었다. 간쑤성(서량) 남동쪽에서 발원하여 산시성(한중)으로 들어가는 강이다. 관중 평원과도 연결되고 진시황의 천하 통일의 위업이 빛나는 함양(산시성 중부)과도 이어진 중요한 강이다. 항우가 불태운 진의 아방궁도 위수 남쪽 연안에 있었다.


불혹을 지난 40대 중반의 제갈량이 유비가 못다 한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려도 북진통일을 외치고 있다. 30만 대군으로 위국을 공략하자 당연히 북쪽이 당황했다. 제갈량은 일찌감치 '강적 중의 강적'인 사마의를 먼저 제거하고자 별렀다. 그래서 마속을 시켜 유언비를 날조했다. 마속이 유언비어 날조 공장이고 제갈량이 그 배후세력이었다.


마속. 카드 게임속 일러스트마속. 카드 게임속 일러스트


"역모의 조짐이 있다. 꾀 많기로 소문난 조조도 '매 눈을 가진 늑대라며 병권만은 맡기지 말라'고 했었다. 어째서 강한 궁사를 모으기 쉽고 군량 조달, 무기 공급이 쉬운 서량을 겨냥하여 일부러 변방으로 갔겠느냐? 이제, 병사들을 모아 낙양을 범하고 십 대 소년 황제 조예를 끌어내리고야 말 것이다. 이제 위나라는 조씨 천하에서 사마씨 천하로 바뀔 것이다."


유언비어의 위력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마의를 파직시키고 대신 황제의 친척인 조휴를 서량 성주로 내보냈다.


하나, 사마의가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자 엉뚱한 이들이 전공을 쌓아 권력기반을 강화하려고 허둥지둥했다. 첫 번째로, 하후연의 아들 하후무가 '조조의 부마'이자 '건국 공신의 아들'이라는 뒷심으로 20만 대군의 총대장이 되었다. 하지만 전쟁 경험이 전혀 없는 유약한 '왕자병 환자'라 여지없이 패배하고 말았다.


두 번째로, 조진이 20만 대군을 이끌고 남진했다. 하지만, 그가 철썩같이 믿고 있던 서강국 철엽차가 제갈량이 파놓은 깊고 넓은 구덩이 속으로 천둥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지자 참패하고 말았다. 제갈량은 다행히도 '내 후계자가 될 위인'이라며 스스로 감격한 젊은 신세대 장수 강유를 얻었다. 궁지에 몰아넣어 '항복하겠다'는 말을 받아냈다. 제갈량은 강유는 봉황이고 하후무는 오리 새끼라고 했다. 봉황을 쫓는 것은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지만, 오리새끼를 뒤쫓는 것은 백 퍼센트 시간낭비라고 했다. 제갈량 나름의 '시時 테크tech' 이론이었다.


게임 삼국연의 속 하후무게임 삼국연의 속 하후무

(출처 : 三国演义典藏卡-魏·夏侯懋)


강유는 겨우 20세인데도 70이 넘은 노장 조운을 만나 창 솜씨를 인정받았다. 강유와 겨루고 난 조운은 제갈량에게 말했다.


'대단한 무예에다가 대단한 지략을 지닌 참으로 보기 드문 젊은이요, 장차 큰 영웅이 될 인재요'


제갈량과 조운을 합친 '새로운 모델'이 바로 강유였다. 홀어머니에게 지극한 효성을 바치는 강유를 보고 제갈량은 유비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어려서 여읜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을 것이다. '기본이 잘 닦여진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가문 좋고 재주 많은 마속은 '경박한 속물근성'을 못 벗어 야단인데, 강유는 불우한 처지에서도 이미 큰 고을 기현과 천수에서 아주 유명한 젊은 무인이었다. 20세 젊은 장수인데도 천수성 성주 마준의 모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제갈량은 1차 북벌에서 한중의 전략적 요충지들은 천수, 상규, 기현, 남안을 모두 차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강국과 화친을 맺어 '좋은 관계'를 강화했다. '좋은 일은 연달아 오는 것'인지 그때 촉을 버리고 위나라에 항복했던 맹달이 '촉을 도와 낙양을 함락하겠다'는 어마어마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자신이 맡은 신성은 물론이고, 주위의 큰 고을들인 상용과 금성도 '촉나라에 바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인지 금성 태수 신의가 하필이면 '제갈량의 최대강적'인 사마의에게 고자질했다. 사마의는 '하후무와 조진이 남진하다가 망했으니 지난날의 섭섭함을 잊고 낙양으로 와서 병권을 거머쥐라'는 황제 조예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맹달을 없애지 않으면 위나라가 망한다'며 오로지 맹달 사냥에만 '매 눈을 가진 늑대'로 달려들었다.


사마의 일러스트사마의 일러스트

(출처 : 바이두 이미지)


사마의는 자신이 유언비어 때문에 파직되어 낙향했었는데도 다시 심복 한기를 시켜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맹달이 군사를 모아 낙양을 치면 큰일이니 우선 급한 것은 '젊은 남자들을 먼저 묶어두는 일'이었다.


"사마의가 누구냐? 황제가 쩔쩔매는 실권자가 아니냐? 한때는 '조씨가 무너지고 사마씨가 황제가 된다'는 말까지 있었지 않으냐? 바로, 그 사마의가 이번에 황제의 부름을 받고 병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니 벼락출세하고 싶으면 누구든지 망설이지 말고 어서 군에 입대하라!"


결국, 배신에 멍이 든 맹달은 위나라의 맹장 서황의 이마를 활로 쏘아 죽이고 자신은 사마의에게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사마의는 맹달의 머리를 들고 황제 조예를 알현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알현이 아닌가! '소년 천자' 조예는 아마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을 것이다.


사마의가 전장에 나타나자 제갈량의 전략도 자연히 시험받게 되었다. 더욱이나, 둘째 아들 사마소가 얼마나 영특한지 '아버지보다 나은 아들의 전형'이었다. 마속이 '촉으로 가는 길목'인 가정산에 진을 치며 엉터리로 산 위에 덩그러니 쳐놓자 아버지는 '뺏기 어렵다'고 보았지만, 아들은 '진을 친 모양을 보니 싱겁게 끝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 사마의는 자존심이 되게 상했을 것이다. 졸졸 따라다닐 때는 부자지간이지만, '통통 튀기 시작하고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세대 경쟁의 상대'이자 '남자 대 남자의 대결 상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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