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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 기반의 지도 철학 - 한비자가 주장한 내용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7. 4. 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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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 권으로 읽는 중국 고전, 이우각, 동양고전연구모임


젊은 시절의 한비자 일러스트젊은 시절의 한비자 일러스트

(출처 : 바이두 이미지)


인간불신의 지도 철학


서양의 마키아벨리, 동양의 한비자로 일컬어질 정도로 한비자韓非子라는 책은 철저한 인간 불신의 입장에서 리더 본연의 자세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 내용의 찬부는 제쳐놓고 리더인 자는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삼국지에서 친숙한 촉한의 재상이었던 제갈공명은 초대 유비가 죽고 난 뒤 2대째 유선이 명재상으로 우러러 모신 인물이었는데 유선이 어린 황태자 시절에 한비자를 읽을 것을 되풀이해서 권했던 책이다. 공명은 제왕학을 심어주기 위한 교재로서 한비자를 주목한 것이다. 확실히 지금 새삼 읽어도 지혜로운 공명이 주목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한비자는 조직의 우두머리는 어떡해야 하며, 리더는 자신의 지위를 톡톡히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추구한 것이다. 그런 리더학의 추구라는 점에서는 중국의 다른 고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 한비자가 이채로운 이유는 그의 인간관에 독특한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움직이고 있는 동기는 어떤 것이냐, 애정도 아니다, 배려도 아니다, 의리도 아니다, 인정도 아니다, 오직 한 가지 이익이다. 인간은 이익에 의하여 움직이는 동물이다. 이것이 한비자의 책 전체를 꿰뚫는 냉철한 인식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장어는 뱀을 닮고 누에는 나방을 닮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다 움찔하고 나방을 보면 누구나 오싹한다. 하지만 어부는 손으로 장어를 움켜쥐고 여자는 손으로 누에는 매만진다. 즉,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용서가 되는 것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속 한비자중국 애니메이션 속 한비자

(출처 : 秦时明月分析:韩非子怎么死的,请无视。)


또, 이렇게도 말한다.


"수레를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棺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모두 일찍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는 착한 선인이고, 후자는 악한 악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부자가 되지 않으면 수레를 사주지 않고, 죽지 않으면 관을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운 것이 아니고 사람이 죽으면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비자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그의 노골적인 인간 인식을 느끼는 사람에게 반발을 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인간 사회의 어떤 진실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관계가 이익에 의하여 움직여지고 있다면 군신 관계 즉, 우두머리와 부하와의 관계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고 한비자는 생각했다. 부하는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우선해서 생각한다. 기회가 있으면 우두머리에게 환심을 사서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고 틈만 있으면 우두머리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대신 앉으려고 한다. 방심도 틈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두머리의 지위라고 한비자는 판단했다.


한비자식 인간 불신의 지도 철학한비자식 인간 불신의 지도 철학

(출처 : 360doc)


이런 사고방식에 눈썹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면 한비자식의 사고방식으로 우두머리가 부하를 잘 부리고 조직을 정리하고 자신의 지위를 튼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우두머리가 된 자는 3가지에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파한다.


첫째는 법法이다. 공적을 세우면 그에 상응한 상을 준다. 실패했으면 벌을 가한다. 이런 취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대로 실행한다. 즉, 신상필벌信賞必罰로 부하를 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술術이다. 술이란, 법을 운용해서 부하를 컨트롤 하기 위한 노하우라 해도 될 것이다. 한비자의 설명에 의하면 술은 남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군주가 가슴속에 담아두고 이것저것 비교해서 비밀리에 신하를 조종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년의 한비자 일러스트노년의 한비자 일러스트

(출처 : 韩非子、孔子、老子与顶层设计 (liushengjun))


세 번째는 세勢이다. 권세라든가 권한이라는 뜻이다. 부하가 우두머리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그 우두머리가 부하의 생살여탈의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두머리인 자는 권력을 내놓아서는 안 되고 일단 내놓으면 부하에 대한 지배 통솔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권한 이양이란 말을 하지만 안이하게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어느새 우두머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 세勢의 뜻이다.


한비자는 이 법, 술, 세의 3가지를 기둥으로 삼아 우두머리의 본연의 자세를 해명하고 조직관리,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길을 살피고 있다. 확실히 한비자의 이런 관점은 약간 극단으로 흐른 면도 없지 않으나 과연 그렇다고 수긍할 만한 점도 많다. 역시 전국 난세의 혹독한 현실과 격투하는 가운데서 생긴 주장이니만큼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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