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

한나라 유협 곽해가 민심을 얻은 배경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7. 4. 2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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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 권으로 읽는 중국 고전, 이우각, 동양고전연구모임


의협심이 많은 협객의 민심 끌기


사기에는 유협열전游俠列傳이라는 부분이 있다. 당시를 대표하는 유협, 즉 협객들의 언동이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다. 원래 정사에는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하지만, 역시 깡패 두목에게 한 부분을 할애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것을 보아도 사마천이라는 역사가는 협객들의 삶에 상당한 공감을 가졌던 것 같다.


한나라 시대 곽해한나라 시대 곽해

(출처 : 郭解)


사마천과 동시대에 곽해郭解라는 거물급 두목이 있었다. 사마천은 이 곽해의 인상을 다음처럼 기술하고 있다.


"나는 곽해를 본 적이 있다. 그 풍모는 평균 이하였고, 말투 또한 이렇다 하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도 그의 평판은 대단한 것이었다. 상당한 인물이라면 또한 안면이 있든 없든, 모두 그의 명성을 흠모하고 협객이라고 하면 반드시 곽해가 인용될 정도였다."


협객이라고 하는 것은 신분, 자격 상으로 말하자면, 일개 서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의 배후도 없으면서, 자주 국가권력과 대립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모르는 고심이 필요하다. 곽해라는 두목이 이렇게 사람들의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탁월한 민심 끌기에 있었다.


곽해에게 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의 자식이 곽해의 위세를 믿고 난폭한 행동을 일삼았다. 이 얘기는 오늘날까지 자주 인용되고 있는 얘기이다. 어느 날 곽해의 조카가 자신이 싫어하는 한 사나이를 술집으로 데려가서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였다. 그 사나이는 이제 그만 됐다고 거절했지만, 계속 술 마시기를 강요하였다.


상대는 발끈하여 비수를 꺼내 조카를 찔러 죽이고 도망쳐 버렸다. 이에 화가 난 것은 곽해의 누나였다.


"조카가 죽었는데 이대로 잠자코 있을 작정이니? 너의 체면에도 관계되는 일이야"라고 누나는 곽해를 부추겼다. 곽해는 여기저기에 자신의 수하를 파견하여 그놈이 갈만한 것을 찾게 하였다. 그놈은 드디어 더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곽해 앞에 나타났다. 곽해는 상대의 얘기를 다 듣더니, "정말 네가 조카를 죽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쁜 것은 내 조카 쪽이다"라고 말하며 조카의 죄를 인정하고 상대를 풀어 주었다고 한다.


만화로 만든 사마천 사기만화로 만든 사마천 사기

(출처 : 三教九流各有传)


그래서 곽해는 한층 남자로서의 명예를 올렸다. 두목 곽해 정도의 힘을 갖고 있으면 그 사내를 처리하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상대의 변명이 사리에 바르다고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리를 한 것이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이런 얘기가 있다.


곽해가 외출하면, 사람들은 언제나 그를 꺼려 길을 비켜 주었다고 하는데, 어느 날 한 명의 사내가 일부러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친 채로 곽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곽해는 아랫사람을 시켜 그 사내의 이름을 물어보게 하였다. 부하 중 한 명이 눈치를 채고, "저 녀석을 죽여 버릴까요?"라고 묻자 곽해는, "아니, 그렇게 하지 마라! 그 지방 사람들에게 가볍게 보이는 내가 부족한 탓이다. 저 사나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부하를 제지하고 직접 마을 관리에게 가서 살며시 부탁한다.


"나에게는 중요한 사람이다. 병역 교환 때 명부에서 빼 주면 어떤가?"


그 결과, 사내는 여러 번의 병역 교환 시기가 와도 그때마다 병역의 의무를 면하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내는 관리에게 그 이유를 물어서 곽해의 배려라는 것을 알았다. 사내는 곽해에게 달려가서 일전의 무례함을 진심으로 사죄했다. 그 얘기를 듣고 사람들은 더욱더 곽해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런 얘기도 있다.


한 마을에서 어떤 사내가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곤란 해하고 있었다. 마을의 유력자가 몇 번이나 중재했지만, 상대는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사내는 최후의 수단으로 곽해에게 중재를 의뢰하러 갔다.


秦时明月, 의협을 소재로 만든 게임秦时明月, 의협을 소재로 만든 게임

(출처 : 挥剑决浮云 中国的侠文化与题材游戏漫谈(组图))


곽해가 밤중에 몰래 상대방의 집을 찾아가 열심히 중재한 결과, 상대방은 드디어 굽히고 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을 텐데 곽해는 달랐다. 마지막에 중재에 응한 상대에 대해서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번 문제는 낙양의 유력자가 중재에 나섰는데도 매듭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신은 나의 중재에 응해 주었다. 그러나 타관 사람인 내가 이곳 유력자를 제치고 중재를 했다고 하면 의리에 어긋난다. 그러니 이쪽은 중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하고, 내가 돌아간 뒤 어떤 유력자든 다시 한번 만나고 나서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어떤가?"


절묘한 배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고상한 태도일 뿐 아니라,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을 곽해는 잘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배려도 리더에게 있어서는 불가결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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