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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효람, 열미초당필기에 여우 이야기를 쓰다 [지식인의 위선과 오만]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7. 1. 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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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어볼 글 - 왕윤(王允)은 왜 채옹(蔡邕)을 죽였는가? [클릭]


윗글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여우 이야기에 대한 글입니다. 윗글은 전반적으로 왕윤이 채옹을 죽인 이유를 담고 있는데, 지식인(사람)이 지식인(사람)을 증오해서 저런 사달이 나게 된 것이죠.


기윤紀昀, 자는 효람曉嵐, 호는 춘범春帆기윤紀昀, 자는 효람曉嵐, 호는 춘범春帆

(저서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를 통해 지식인들의 위선과 오만을 지적)


☆ 열미초당필기 중 - 여우 이야기


한 과객이 여우 신령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도에 달통하셨고 수양으로 신선이 되셨는데, 그래도 두려운 것이 있습니까? 여우 신령이 대답했다. "본래 만물은 상생과 상극을 거듭하는 법인데, 어찌 아무것도 무섭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객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두렵습니까?" 여우 신령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한마디로 대답했다.


"여우다!"


과객은 참으로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같은 종족인데, 어째서 두렵습니까?" 그러자 여우 신령의 절묘한 대답이 이어졌다.


"천하를 통틀어 오직 같은 종족을 두려워할 만하니. ... 무릇 서로 나오려고 다투는 것이 같은 아비를 둔 자식들이요, 총애를 얻고자 다투는 것이 같은 지아비를 둔 첩이며, 권력을 다투는 것이 같은 관직에 있는 벼슬아치들이다.


대저 잇속을 다투는 자들은 같은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니, 세력이 비슷하면 서로 장애가 되는 것이요, 서로 장애가 되면 밟아 죽이게 돼 있다."


대답을 들은 과객은 입이 떡 벌어졌다. 같은 종족이 그리도 무서울 줄이야!


기윤(紀昀, 기효람의 본명) 자신도 동료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의 인척 가운데 산동에서 관리를 지낸 자가 있었는데, 문제가 생기자 입 싼 그가 재빨리 비밀을 누설하는 바람에 조사를 받게 되었다. 평소 기윤을 질투하던 무리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그 일을 물고 늘어져 결국 그가 자인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기윤은 이 일로 우루무치까지 유배당해 노역에 동원됐다. 처음에는 그리 큰 죄도 아니었던 것이 동료들의 부추김으로 인해 고된 노역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가 무엇을 얼마나 느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신령이 된 여우도 그토록 동료를 두려워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범인이랴.


출처 - 중국 문인의 비정상적인 죽음


ps. 우루무치의 위치.

우루무치 자체가 해발 900m가 넘을 정도의 고지대입니다. 그런 데서 노역에 동원당했으니 본인으로선 육체적인 고통이 심했을 듯.


중국 우루무치의 위치중국 우루무치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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