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

좋은 소재를 망쳐버린 책. [김부식과 일연은 왜?] 대체 왜 이렇게 책을 썼을까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6. 12. 1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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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대사를 다룬 두 개의 시각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책의 제목 자체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책의 시작부부터 동의하기 힘든 주장들이 담겨있습니다.


김부식이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킨 세력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신라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은 인물이 김부식.

백제 본기에 나온 사대주의적 사고.


김부식은 오히려 주모자들의 목만 베려했으나, 개경의 인사들이 무자비하게 진압할 것을 요구했고, 신라의 정치적 유산이란 거 실제로 있다손 치더라도, 그 당시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으며, 김부식 본인이 신라 사람이란 인식보다 고려 사람이란 인식이 있었을 터, 김부식 본인에게 신라의 정치적 유산까지 이어 붙이는 건 순전히 억지에 불과합니다. (망한지도 수백 년이 지난 국가의 정치적 유산이란 거 있긴 할까요? 없습니다. 단언컨대 없습니다)


(출처 : 한국역사 명인 : 김부식)


게다가 백제 본기 의자왕 편에 나온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 기록을 토대로, 중국 황제에게 대든 백제의 멸망이 정당하다며 김부식이 기존의 삼국사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없는 기록을 채워 넣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나당 연합군과 백제의 전쟁 기록은 신라 본기나 중국 측 사서에 많이 남아있지만, 백제 본기의 내용은 이전부터 소략했던 나머지 지우려야 지울 기록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 널을 뛰는 중반부 이후


이러한 초반부 서술을 넘어가면, 책의 내용은 널을 뜁니다. 한 예를 보면,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동명성왕

. 주몽이 날랜 말을 알아보고 적게 먹여 마르게 하고...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이규보)

. 그 어머니(유화)가, ".....준마가 있어야 한다. 내가 말을 고를 수 있다


삼국사기에선 좋은 말을 고른 주체를 유화 부인에서 주몽으로 교체했다고 적어놨다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여성의 역사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요. 이런 파트는 재미있습니다. 헌데, 온달의 열전과 관련된 내용이 허구이며, 김부식이 유가적 사고를 기반으로 창작했다든지, 무(강)왕이 백제의 왕이 아니라, 마한의 왕이라고 주장한 2장.


남성 중심의 시대적 특성상, 설령 여왕이라 하더라도 남성이 중심으로 된 세력이 여왕을 끌어내렸다는 3장 등, 지나칠 정도로 여성의 역사에 대한 피해와 고려를 살던 김부식, 일연의 편협함에 대해서만 지적합니다. 그런데도, 적절한 사료에 대한 검증은 생략되었습니다. 잠시, 조선 상고사를 참조해 보면,


(출처 : 바이두 이미지)


"일본인 금서용(今西龍)이 북경대학에서 조선사를 강연할 때에 온달전은 역사로 볼 가치가 없다고..... 온달의 죽음으로 인하여 고구려ㆍ신라 강화의 길이 끊어지고 백제가 고구려와 동맹하여..... 온달전은 삼국시대의 두드러지게 중요한 문자이다....."


단재께서도 온달전에 대한 내용을 전부 신뢰하진 않으셨지만, 그 시대를 설명하는 사건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하게 보셨습니다. 즉, 온달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왜 이런 설화가 남아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해보아야 하며, 온달 설화가 창작된 일이라 한다면, 이는 고구려 사람이 남긴 창작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기본적인 사료 검토가 필요했음에도, 이런 부분이 빠졌습니다.


또한, 광개토 태왕만 하더라도,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 국강상광개토지호태왕, 국강상광개토지호태성왕 등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단순히 한 글자 차이의 왕호를 갖고 백제의 왕을 마한의 왕으로 주장하는건 섣부른 억측입니다. 책의 전반적인 서술 방향은 흥미로웠으나, 기본적인 사료 검토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사책으로서의 가치는 텍스트로 남아 있는 역사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해석하느냐 입니다만, 이 책에선 이런 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생략되었습니다. 저자의 저술 의도는 알겠으나... 생략된 내용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부식과 일연은 왜?, 정출헌,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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