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

조선 시대 천문과 과학 '국립고궁박물관'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7. 3. 26. 17:30

경복궁 바로 옆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보면 천문과 과학이란 전시실이 있습니다. 이곳은 다른 전시실과는 다르게 꽤 자세한 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천문과 과학이 주제잖습니까... 전시실의 유물 자체는 적은데 기술적인 글이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천문이나 우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재미있는 기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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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천문학


고대부터 제왕의 역할 중 하나는 하늘에 나타나는 천문 현상을 관측하여 그 운행을 알아보고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알아내어 때를 살피는 것이었다. 조선의 왕들도 태양과 달, 별과 행성의 운행과 같은 천문 현상을 관측하여 백성이 농사를 짓는 데 도움을 주고, 하늘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는 고려의 제도를 본받아 천문 현상을 관측하는 전문 기관인 서운관書雲觀을 설치하여 천문 기록을 자세하게 남기도록 하였다. 이후 세종 대에 들어서 천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정밀한 천문 관측을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천문도를 만들고 천문 의기의 제작과 함께 천문 관련 서적을 출간하였다.


중요 천문 의기로는 혼천의渾天儀, 대간의大簡儀와 소간의小簡儀 등이 있고, 밤낮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계의 일종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와 낮에 간단히 시각을 알 수 있는 양부일구 등이 있다. 이 시기 천문학의 발달로 해와 달의 위치를 예측하여 달력을 만들고, 일식과 월식을 계산하는 방법을 밝히고, 오행성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원리를 수록한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과 칠정산외편七政算外篇이 간행되었다.


Astronomy of the Joseon Dynasty


Since ancient times it was the prescribed role of the ruler to ascertain the Heavenly will as recipient of the Mandate of Heaven and to determine the time in order to benefit the everyday lives of the people by observing the skies, Especially, crucial to an agrarian society was the identification of the correct time and the season for farming. This was done by observing the movements of the sun, moon and constellations. Thus, the Joseon kings showed intense interest in observing and analyzing the astronomical phenomena and employed their findings in their decisions regarding the state or the everyday lives of the people.



천상열차분야지도, 고궁박물관천상열차분야지도, 고궁박물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Stone Constellation Chart


제작 경위

태조 이성계는 조선의 개국이 하늘의 뜻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천명을 경건하게 받들겠다는 의지를 온 백성에게 알리려는 목적으로 1395년(태조 4)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를 제작하였다 (국보 제228호). 이 천문도는 고구려 시대 평양에 있었던 별자리 판의 탁본을 기초로 하여 돌에 1,467개의 별을 새긴 천문도이다.


이 천문도는 오랫동안 경복궁에 보관되어 오다가 임진왜란으로 궁궐이 불타버리자 그 존재가 잊혀졌다. 그 후 돌에 새긴 천문도는 훼손이 심하여 1687년(숙종 13)에 다시 돌에 새겨 창덕궁 밖 관상감에 보관하게 되었다(보물 제837호). 이후 영조 때 경복궁 터에서 태조 때의 천문도 각석을 발견하고 관상감 안에 흠경각을 새로 지어 숙종본과 함께 보관하였다.


명칭과 뜻

천상天象이란 하늘에 있는 모든 천체들과 천문 현상을 의미하고, 열차列次는 하늘의 구역을 12개로 나눠 차례로 순서에 따라 배열해 놓았음을 의미한다. 또 분야分野는 하늘의 별자리 영역을 지상의 각 영역과 서로 대응하여 나누어 놓은 영역을 말한다. 따라서 '하늘에 일어나는 천문 현상을 보여주는 별자리를 12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지상의 각 영역과 서로 대응하도록 별자리 이름들을 그려 놓은 그림'이라는 뜻에서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 시대 별자리 그림조선 시대 별자리 그림



별자리 그림

별자리 그림은 네 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원을 내규內規라 하는데 항상 지평선 위에 나와 있기 때문에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관측이 가능한 영역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원은 서로 엇갈려 있는데 천구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원은 지구 적도면을 하늘에 연장한 것으로 천구 적도 또는 간단히 적도赤道라 한다. 적도와 중심이 어긋나 있으며 같은 크기를 가진 원은 태양이 천구 위를 운행하는 경로를 나타내는데 이를 황도黃道라 한다.


가장 바깥에 있는 네 번째 동심원은 외규外規라 한다. 이 원은 한양에서 관측이 가능한 남쪽 지평선에 올라올 수 있는 한계의 별들의 영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규 밖에도 별은 있으나 한양의 위도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별들이 된다.


이 천문도에 있는 모든 별들은 4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천구 북극 중심에 있는 별들의 영역을 자미원紫微垣이라 하는데, 그 주위에 인접하여 태미원太微垣과 천시원天市垣이 있다. 그 밖의 영역을 방사선의 형태로 28개 영역으로 나누어 이십팔수二十八宿라 한다. 이 별자리 전체를 지칭할 때에는 삼원이십팔수三垣二十八宿라 한다. 별자리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별의 개수는 총 1,467개이고 별자리는 모두 295개로 구성되어 있다.



천세력, 정조에서 고종에 이르는 역을 기록천세력, 정조에서 고종에 이르는 역을 기록



선기옥형, 조선 후기선기옥형, 조선 후기



우리 하늘 우리 별자리우리 하늘 우리 별자리



우리 하늘, 우리 별자리, Korean Constellations Inscribed on the Stone Constellation Chart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하늘의 현상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 지상 세계의 모든 것을 별자리로 재현하였다. 


극성을 중심으로 별들이 움직이듯, 하늘의 왕이 사는 궁궐인 자미원紫微垣을 중심으로, 왕이 대신들과 나랏일을 살피는 정부 기관을 상징하는 태미원太微垣, 일반 백성들이 사는 천시원天市垣으로 북극의 주변을 세 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그 바깥쪽을 28개의 별자리 영역으로 나눴다. 각각의 역할과 의미를 가진 별자리의 움직임으로 나라의 길흉을 예측하고, 왕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백성들을 다스렸다.


이에 반해 서양 별자리는 별들의 위치에 따른 생김새를 보고 동물이나 물건, 그리스 신화 속 신들과 영웅의 이름을 붙여 만들어졌다.



규정각, 영조의 글규정각, 영조의 글



규정각에 걸었던 영조 임금의 글, Plaque of Gyujeonggak Pavilion, Written by King Yeongjo


... 칠정七政(해, 달, 화성, 수성, 목성, 토성, 금성의 일곱가지 별)의 움직임은 임금이 나랏일을 돌보는 것과 같다. 우리 왕조 초에 흠경각을 세우고 간의簡儀로 천체를 간측하였던 것도 이와 같은 뜻이다.


역歷과 상象, 기형璣衡 같은 것은 왕정王政에서 우선 되어야 할 것인데도 다만 창덕궁에 놓아두었으니 애석하다. 다행히 이번 기회에 경희궁 흥정당興政堂의 동쪽, 숭양문崇陽門의 북쪽 옛 회랑 3칸에 문과 창을 내고 선기옥형璿璣玉衡을 보관하게 하고 칠정을 헤아린다는 뜻의 '규정揆政'이라 이름을 지었다...


임자년(1732) 6월에 씀



경복궁도의 과학기기와 관청경복궁도의 과학기기와 관청



1, 일성정시의대日星定時儀臺

세종 때 태양이나 천체의 일주운동日週運動의 변화량을 측정하여 낮과 밤의 시간을 측정하는 일성정시의를 놓은 받침대


2. 간의대簡儀臺

세종 때 경회루 북쪽에 조선의 대표적인 천문 관측 기기인 간의簡儀를 설치하기 위해 돌을 쌓아 대를 만든 천문 관측대


3. 흠경각欽敬閣

세종의 명을 받아 1438년(세종 20) 장영실이 완성한 자동시보 물시계인 옥루玉漏(또는 흠경각루欽敬閣漏)를 설치한 건물


4. 누국漏局

관상감의 부속 관청으로 물시계를 사용하여 시각을 측정하는 일을 맡아보던 기관


5. 관상감觀象監

조선시대 서운관書雲觀을 이어 천문, 지리, 역법 등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으로 오늘날의 한국천문연구원과 기상청을 통합한 기관에 해당


6. 내의원內醫院



고궁 박물관의 천문과 과학 전시실은 2층과 1층 두 곳에 있습니다. 2층은 위에서 소개한 자료들이 있는 곳이고, 1층엔 자격루가 있습니다. 당시로선 이민자의 후손에 해당하는 장영실이 만든 것이죠. 되게 크고 웅장하게 만들어 놨는데, 개인적으론 별로였습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좀 무서운 환경이기도 하고, 일단 재미가 없어요.


그렇지만 2층의 1관엔 전문적인 기술 설명 글이 있어서 집중해서 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