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 총서인 천추흥망의 전 8권 중 수당나라 편입니다. 책은 남북조 말기인 북주, 북제를 시작으로 양견이 황위에 오른 것과 수나라의 전국 통일, 그리고 2대 만에 망해버린 과정과 당나라의 재통일을 다룹니다. 마지막으론 번진 시대의 개막과 그 배경, 그리고 송나라 재통일 이전까지도 언급됩니다.
관농 일대 사족들의 연합으로 유지된 강력한 부병제 국가인 북주. 그곳을 기반으로 성장한 수문제 양견 일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북주 황위를 찬탈하고 수나라를 세웠는지, 그리고 통일된 천하를 물려받은 수양제는 왜 그토록 사치와 향락을 일삼았는지로 시작합니다.
(출처 : 隋炀帝墓砖与隋江都宫城砖相似)
따지고 보면, 수문제는 근검절약을 강조했으나 말년엔 양제가 보여줬던 그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양제는 오히려 아버지를 보고 배웠던 것은 아닐까요. 본래 성격이 교활했던 양제는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양제는 아버지가 물려준 나라의 재산을 탕진했고, 결국엔 통일된 천하가 다시금 분열합니다. 양제는 수춘에서 아끼는 소황후를 끌어안고 이런 처량한 말을 합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나를 뒤엎으려 들지만, 우리의 처지가 아무리 나빠져도 나는 장성공, 황후는 심황후(망국 후 남조 진나라의 진숙보와 심황후)의 신세 정도는 될 테니 술이나 마시면서 즐깁시다!"
그러나 최후엔 우문화급의 협박으로 목매달아 사망하며, 얼마 후, 양씨 일가와 거의 비슷한 지역에서 성장한 이씨 일가는 당 왕조를 세웁니다.
(출처 : 바이두 이미지)
☆ 중국의 힘의 전성기를 구가한 당 왕조
책은 당왕조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대외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수나라를 언급합니다. 수문제, 수양제 시기에 설치된 많은 창고와 그곳에 산더미처럼 쌓인 곡식들은 당나라 대외 정책의 추진력에 힘을 보태줬습니다. 비슷한 자원으로 멸망한 왕조와 성공 가도를 달린 왕조의 차이는 무엇일까.
황제의 면면을 비교하며 성공한 원인과 실패한 원인을 찾는 과정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출처 : 바이두 이미지)
당나라를 세운 이연은 수문제 양견처럼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신하들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리며 나라를 다시 부강하게 만들려 부단히 노력합니다. 비록 현무문의 변으로 큰아들과 막내아들을 비롯해 그 일가를 잃지만, 형제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를 빼앗은 당태종 이세민은 합리적인 인사로 정관의 치를 구가합니다. 훗날, 번진 할거로 당나라 조정의 힘이 약해졌음에도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때 이미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당나라도 중기에 이르러 거란의 침략과 넓어진 전선을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무너져 내립니다. 이미 무측천 때문에 많은 국력을 안에서부터 상실한 당나라는 옛 영광이 희미해져 가는 시기였습니다. 관중에 군사력을 집중하던 정책은 어느새 변경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안녹산 같은 야심가에게 기회를 주게 되었습니다.
(출처 : 唐 李昭道 明皇幸蜀图)
기어코 안사의 난이 발발하고 당현종은 촉으로 피난 가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후 당나라는 번진의 절도사와 수도의 환관이 힘을 겨루는 나라로 전락하고 황제의 힘은 나날이 추락합니다.
그리고 제가 손에서 책을 떼지 못했던 부분이 시작됩니다. 바로 번진 할거.
당나라 황제들은 번진을 제압하려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환관의 도움을 얻습니다. 그러나 환관의 힘이 강해지자 되려, 환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번진을 제압하려 합니다. 당나라 황제들은 과거제를 통해 발탁한 인사에게 권력을 내주며 환관과 번진, 둘 다 제압하려 하나, 이 집단은 붕당을 만들어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다 환관에게 제압당해 힘을 잃고야 맙니다.
이 과정에서 당나라 황제들은 꼭두각시로 전락해 환관에 의해 옹립되고 폐위되기를 반복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당나라는 결국 주전충에 의해 공식적으로 멸망합니다.
☆ 당나라 멸망시킨 후량 황제 주전충
당나라 번진시대는 다음 편인 송나라 시대에서 간략히 다루는 데, 이 책도 꼭 보고 싶네요. 천추흥망은 수당나라 편만 읽어봤으나, 이렇게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다면 8권 모두 사야 겠다는 욕심마저도 듭니다. 중국 전체사를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니, 좀 놀랍기까지 합니다. 이 책은 읽기 정말 좋습니다.
(출처 : 后唐庄宗李存勖用人心得：演而优则仕)
자칫, 지루하게 느껴져 힘들 게 읽을 수 있는 정치, 조세 파트도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적 힘의 근원과 발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한 계기는 당나라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자세하거나, 지나치게 간략하지 않고, 적당히 자세하며, 적당히 간략합니다. 굵직한 사건은 자세하게 다루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주요 부분만 간략히 다루니 당나라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겐 참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각 파트를 따로 떼어 읽어도 좋습니다.
전체 중국사를 책 8권으로 압축한 출판사와 작가분들의 역량이 참 대단합니다. 그만큼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만한 책입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