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

원말명초 유명 문인이 지은 여산가 [본전도 못 찾는 사람의 한계란]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6. 12. 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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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解縉(1369~1415)의 자는 대신大紳으로, 강서江西 길수吉水 사람이다. 땅 좋고 인물 많기로 유명한 이곳은 송대의 대문호 구양수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문인이 정치하는 것은 식초를 앞에 둔 것과 같은데, 그것을 마시는 유형은 대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그나마 똑똑한 부류로 맛을 보자마자 입을 떼고 과감히 용퇴하는 부류이고, 또 다른 종류는 별로 똑똑하지 못해서 일단 많이 마셔놓고 더 마실수록 난리를 치며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부류다. 그리고 나머지 한 부류는 자기가 똑똑한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안팎으로 곤란하기만 하고 결국 본전도 못 찾는 사람들이다.


명나라 문인 해진명나라 문인 해진


해학사는 대충 세 번째에 속하거나 아니면 그보다도 못한 부류로, 잘해야 정치인이고 못하면 정치적인 문인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문인이 정치하면 아마추어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혀를 대자마자 잔을 내리는 것으로, 절대 마셔서는 안 되며 특히 중독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해학사처럼 똑똑하고 기지 넘치며 뛰어난 안목을 가진 지식인으로서는 정치와 연을 끊고 정계와 영원히 작별을 고하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쓴 여산가廬山歌를 읽어보면 이 세상에 대해 그가 가진 교만한 마음과 대단한 자부심, 그리고 자기과시와 나르시시즘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언젠가 옥지팡이를 짚고, 여산봉을 보러 갔지.

먼 산은 용이 노니는 듯.

푸른 하늘에 반쯤 걸려 있었네.


사방에 인적 하나 없이 홀로 푸르고 수려하게 오로봉五老峰과 난 조용히 머물러 있었지.

바위 위에 앉아 거문고를 뜯으며, 눈으로는 날아가는 기러기를 쫓았네.

하늘과 땅은 스스로 높고 낮으며,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서로 나뉘어 있지.


큰 파도가 절벽을 때리면, 반짝 빛나는 물결은 은하수와 통하네.

계곡의 검은 원숭이 물 마시며 그림자를 희롱하고, 장송 위에 춤추는 학은 하늘에 바람을 불러오는구나.


하늘에서 바람 불어오니 똑바로 서 있을 수 없고, 열두 개 청부용靑芙蓉이 솟아나려는 듯, 약한 물결은 만 리로 날아오를 듯하니, 인하여 봉래궁蓬萊宮을 헌납하였네.


희화와 소아가 돌연 저무니, 이따금 꿈속에서 신선을 찾았네.

이제 누가 이 징경을 알 것인가.

나무 아래 나와 같은 옷을 입은 노인을 보았네.


그림을 펼치고 시를 적어 서로 나누려는데, 연기 피어오르더니 풀잎에 맺힌 이슬에 가을빛이 어른어른 이제 돌아감에 번잡한 말로 오로봉과 작별하니, 언제 막걸리가 또 익거든 다시 찾아가리라.


희화羲和 - 태양을 실은 마차를 부린다는 마부. 해를 가리킴.

소아素娥 - 흰옷을 입은 항아嫦娥. 달을 가리킴.


드라마 속 해진드라마 속 해진

(출처 : 明初锦衣卫纪纲历史简介 看着解缙被活活冻死的人是谁)


이 시에서 그는 자신을 여산에 둘러앉아 과일이나 깎아 먹는 사람들과 동급으로 묘사하고 있다. 문학가로서는 일종의 과장이요, 정치가로서는 노망이라 하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체구는 작아도 담은 상당히 컸던 해학사는 정치판에서 자기 목숨을 걸 만큼 용감했다.


출처 - 중국 문인의 비정상적인 죽음


ps1. 중국 사국에선 2005년, 대명기재大明奇才, 2009년 정화가 서쪽 바다로 가다郑和下西洋에서 해진이 등장했는데 중국 배우 장창의蒋昌义가 혜진과 많이 닮았네요.

ps2. 1407년, 명나라 영락제의 칙명에 따라 영락대전을 집필하는데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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