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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남북조 지괴소설] 머리가 진자우를 꾸짖다, 세설신어 장민집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6. 12. 14. 02:30

[위진남북조 지괴소설] 머리가 진자우를 꾸짖다, 세설신어 장민집


(6) 세설신어 장민집張敏集머리가 자우를 꾸짖다란 글이 실려 있으며 거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 친구에 진생秦生이라고 하는 자가 있으며 내 누이의 남편인데 젊었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같은 무렵, 친하게 사귀던 사람에 태원太原의 온옹溫調, 자는 장인長仁, 영천顯川의 순우筍寓, 자는 경백景伯, 범양道陽의 장화張華, 자는 무선茂先, 사경士卿의 유허劉許, 자는 문생文生, 남양南陽의 추담鄒湛, 자는 윤보潤甫, 하남河南의 정후鄭詡, 자는 사연思淵 등이 있었다.


※ 위진남북조 시대엔 이처럼 사물이나 신체 일부를 빌려 만든 지인소설과 지괴소설이 유행함.


그들은 수년 사이에 서로 계속하여 조정에 출사했다. 그러나 그대(진생)는 좁은 골목 안에서 살며, 여러 차례나 자기를 팔려고 했으나 좋은 값을 놓는 사람이 없는지라, 높은 뜻을 지니며 태연자약하게 초조해하지 않기에, 나는 것을 실로 감탄했다.

또한, 되먹지 못하게도 그들은 이미 관직에 있으면서도 옛 친구를 잊지 아니하는 벌목편伐木篇(시경詩經의 편명)의 새 우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아니하고, 왕길王吉과 공우貢禹의 갓 털던 뜻을 크게 여기었다. 그래서 진생의 용모가 훌륭한 것으로 인하여 머리가 꾸짖는 글을 지어 장난을 치면서 아울러 여섯 사람을 조롱하고자 한다.


비록 (겉으로는) 해학諧謔 같지만 실제로는 맡기는 바가 있는 것이다. 그 글은 다음과 같다.


왕길과 공우 위진남북조 시대 지괴소설[위진남북조 지괴소설] 왕길과 공우


'태시泰始 원년(265), 머리가 자우를 꾸짖어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붙어서 머리가 된 것은 이미 1만 여일이나 되었다. 천지는 나에게 정신을 내려주고 나에게 육체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그대를 위해 두피에 머리카락을 심고, 코와 귀를 설치하고, 눈썹과 수염을 안치하고, 치아를 박아 넣었으며, 눈동자에서 빛이 나게 하고, 양쪽 광대뼈를 솟아오르게 하였다. 매번 출입하면서 저잣거리를 지날 때마다 왕래하는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고, 앉아 있는 사람은 장군이라고 불렀으며, 두 손을 모아 몸을 숙이고 똑바로 서서 허리를 굽히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진실로 나의 용모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대는 관리의 관도 쓰지 않고 금은의 장식물도 차지 않았으며, 여인네들의 비녀를 꽂고 여인네의 모자를 쓰되, 맛있는 음식도 먹지 않고 좁쌀과 푸성귀나 먹으며, 시골구석에 파묻히어 거름을 주느라고 땀범벅이 되면서도 세월이 흘러가건만 도무지 후회조차 하지 않는다.


그대는 나의 용모에 싫증을 내고 나는 그대의 마음가짐을 경멸한다. 이렇게 된 것은 틀림없이 그대의 처신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나를 원수처럼 대하고 나는 그대를 적과 같이 여기므로 평소에 즐겁지 못하고, 둘 다 근심을 하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대가 남의 보배가 되고자 한다면 당연히 고요皇權, 후직後稷, 무함巫咸, 이척伊陟처럼, 국가를 보호하여 영원히 봉토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무함 중국 위인 역사[위진남북조 지괴소설] 무함


무광 중국 위인 역사[위진남북조 지괴소설] 무광


그대가 고상한 명성을 얻고자 한다면 당연히 허유許由, 자위子威, 변수卞隨, 무광務光처럼 귀를 씻고 봉록을 피하여 춘추에 꽃다운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이다.


그대가 자신만의 주장을 선전하며 돌아다니고자 한다면 당연히 진진陳軫, 괴통蒯通, 육생陸生, 등공鄧公처럼 화禍를 바꾸어 복福으로 만들고 언변을 당당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대가 진취적이고자 한다면 당연히 가생賈生(가의賈誼)이 스스로 등용되기를 구하고, 종군終軍이 남월에 사신으로 가기를 자청했던 것처럼 예봉銳鋒을 닦아 국사를 맡아야 한다.


그대가 고요하고 담박하게 지내고자 한다면 당연히 노담老聃(노자)이 도를 지키고 장주莊周가 스스로 속세를 떠나서 즐겼던 것처럼 마음을 비운 채 욕심을 버리고 뜻은 구름과 해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전한의 명신 가의의 동상 [위진남북조 지괴소설] 전한의 명신 가의의 동상


그대가 은둔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영계기榮啓期가 새끼로 띠를 두르고, 어부가 물가에서 놀았던 것처럼 깊은 산 속에서 살고 큰 계곡에서 낚싯줄을 드리워야 할 것이다.


이것은 혼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어 이름을 떨친 경우이다. 지금 그대는 위로는 노장老莊의 도를 바라지도 않고, 중간으로는 유묵儒墨의 도를 바라지도 않은 채, 홀로 비천하게 지내면서 그 어리석은 생각만 지키고 있다.


그대의 마음을 살펴보고 그대의 뜻을 관찰하니 물러나도 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도 삼공三公을 바랄 수 없으며, 다만 세월만 보내면서 신체를 수고롭게 하고, 보통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익숙해 있으니 이 또한 잘못이 아닌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자우는 안색을 바꾸며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대저 가르쳐주신 바는 삼가 받들겠습니다. 저는 타고난 천성이 매인 것이 많아서 예의의 말씀을 듣지 못했는데 우연히 하늘의 행운을 얻어 당신이 제 몸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충의를 다하게 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오자서伍子胥와 굴평屈平처럼 되어야 하고, 나에게 신의를 다하도록 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몸을 희생하여 이름을 이루어야 하며, 나에게 절개를 지키게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물과 불 속으로 뛰어들어 지조를 온전히 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일은 사람들이 꺼리는 바이므로 나는 감히 그러한 마음을 먹지 못하겠습니다."


오자서 춘추전국시대 중국 역사[위진남북조 지괴소설] 오자서


머리는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바의 법망이란 것은 강건한 덕의 허물이니 (그런 경우는 포초鲍焦나 개자추介子推) 산에 올라 나무를 끌어안은 채 죽지 아니하면, (변수나 무광처럼) 치마를 걷고 강물에 빠져 죽게 된다.


나는 그대에게 목숨을 보양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그대에게 유유자적하는 도를 가르쳐 주고자 한 것인데 그대는 서캐나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나의 조언을 듣지 아니한다. 슬프도다!


다 같이 사람의 몸에 깃들면서도 유독 그대의 머리가 되다니.... 또한, 다른 사람들은 헤아리어 그대의 친구들과 비교해 본다면 그대는 태원의 온옹, 영천의 순우, 범양의 장화, 사경의 유허, 남양의 추담, 하남의 정후만 못하다.


이 몇 사람 가운데 어떤 자는 말을 더듬어 음정을 맞추지 못하며, 어떤 자는 허약한 체구에 못생겼고 말이 거의 없으며, 어떤 자는 뽐내듯이 일부러 모습을 잘 꾸미며, 어떤 자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지모智謀가 모자라며, 어떤 자는 입에 끈끈한 엿을 물고 있는 것 같으며, 어떤 자는 머리가 양념 찧는 절구에 두건을 씌워놓은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은 문장이 볼만하고 사고가 면밀하므로 권문세가에 의지하여 모두 조정에 올랐다.


한식의 유래. 개자추 중국 역사[위진남북조 지괴소설] 한식의 유래. 개자추


어떤 사람은 치질痔疾을 핥아서 수레를 얻기도 하고, 연못 속으로 잠수하여 진주를 얻기도 하는데, 어찌하여 그대와 같은 자는 단지 입술과 혀를 썩어 문드러지게 하고, 손과 발을 물에 적시지 아니하는가?


다사다난한 세상에 살면서 권모權謀 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비유하건대, 연못을 파고들어 가 물이 담긴 물동이나 들고나오는 것과 같은즉 부귀를 구하기는 어렵다.


아! 자우子羽여! 그대는 우리 속에 갇힌 곰, 깊은 함정 속에 빠진 호랑이, 바위틈에 있는 굶주린 게, 구멍 속에 있는 쥐와 무엇이 다르리오?


비록 열심히 일에 힘을 쏟더라도 얻는 효과는 매우 보잘것없으니, 구부리고 움츠린 채로 노년에 이르기까지 바라는 바가 없는 것이 마땅하다. 사지가 몸에서 떨어져도 오히려 곤궁하지 않을 수 있으니 천명이 아니겠는가! 어찌 그대와 함께 지낼 수 있으리오."'


[위진남북조 지괴소설] 머리가 진자우를 꾸짖다, 세설신어 장민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