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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환 택리지 -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란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6. 10.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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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환 택리지 -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란


이중환 택리지 영정[이중환 택리지] 누군가의 영정


이중환 택리지, 책의 제목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 본인이 지은 제목이 무엇이었을까.


그의 생전에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필사본을 남긴 이들은 아주 다양한 제목을 지어 후세에 전했다.


- 팔역지八域誌

- 팔역가거지八域可居地

- 동국산수록東國山水錄

- 동국총화록東國總貨錄

- 형가승람形家勝覽

- 팔도비밀지지八道秘密地誌

- 박종지博綜誌 등


그 이후 연려실기술을 지은 이긍익이 팔역복거지八域卜居志라 불렀고, 이 약칭인 팔역지八域志에서 택리지란 제목이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환 택리지는 참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이중환 택리지는 지리서?


발문

이 글은 우리나라의 산천, 인물, 풍속, 정치와 교화의 연혁, 치란, 득실의 잘잘못에 대해 차례를 엮어 기록한 것이다.


이중환의 본래 의도가 지리서였는가?

아니면, 사대부가 살만한 곳을 찾기 위해, 산천, 인물, 풍속 등을 기록하기 위함인가?


그리고, 당파 싸움에 빠져 인본주의적 유교가 쇠퇴하고, 교통, 무역, 상업 등의 실용도 쇠퇴한 나라에서 필요한 지역별 발전 방향을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상향을 갈구하던 그의 의지에 대한 발로가 택리지라 보인다.


1993년 초판 택리지[이중환 택리지] 1993년 초판, 을유문화사


살만한 곳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 많은 필사본을 거치며 벌어진 일부 내용의 가감을 모두 유추해 낼 순 없지만,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 못 된다"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사대부로서 살아야 하며, 또, 살만한 곳을 찾으려 했던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중환 택리지는 살만한 곳을 찾는 여정이 담겨있는 책이다.


흥미롭게도, 이중환은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란, 당파의 영향이 적고 인심이 좋은 곳이라 하였다. 이는 즉, 춘추 시대를 살아온 공자가 말하던 이상향과 그 맥을 함께한다.


혼란한 정치, 정치에서 밀려난 이들의 몰락,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의 개혁 반발 등으로, 사회와 사람과 나라가 혼란하다면 그 영향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는 곳이 과연 어디인가?


그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해 줄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왔던 것은 아닐지.


이중환 택리지의 매력


팔도총론의 수원 내용 중 일부.

고려 말엽에 종실 익령군 기琦는 고려가 장차 망할 것을 알았으므로, 성명을 바꾼 뒤 가족을 모두 데리고 바다를 건너 이 섬(연흥도)으로 도망와 숨었다. 그래서 고려가 망한 뒤에도 (다른 왕족들처럼) 물에 빠져 죽는 환난을 면했고, 자손들이 그대로 (이 섬에) 살게 되었다. 지금은 (그들의 신분이) 낮아져 목장의 목자가 되었다.


익령군이 살던 세 칸 집은 지금까지 엄중하게 잠겨 있어, 남이 들어가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방에 서책, 그릇들이 쌓여 있지만,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한다.

예전에 한 관원이 이 섬에 놀러 왔다가 자물쇠를 열어 보려고 했다. 그러자 남녀 목자 여러 명이 애걸하면서 말했다.


"이 문을 열면 번번이 자손 가운데 누군가 죽는 사고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서로 경계하며 감히 열어 보지 않은 지 300년이나 됐습니다"


관원이 불쌍히 여겨 그만두었다.


택리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재미난 설화들 때문이다.


이중환 택리지 80년대 초판[이중환 택리지] 북한판.


함경도에 나온 금나라 황제의 무덤, 복거 총론에 나온 당파의 시작과 현재, 전라도에 나온 이순신 장군의 전쟁 일화 등과 책 곳곳에 등장하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의 일화 등, 산과 물과 땅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딱딱한 지리서가 아니다.


재미있는 지리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런 책이다.


또한, 지역별 인물들에 대한 소개도 빼놓아선 안 될 매력 중 하나다.


이중환 택리지 -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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