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

백거이가 바라본 환관들의 전횡 [메탄옹, 숯 파는 노인]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7. 1. 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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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白居易, 매탄옹賣炭翁(숯 파는 노인)


숯 파는 노인 메탄옹, 백거이숯 파는 노인 메탄옹, 백거이

(출처 : 바이두 백과)


숯 파는 늙은이, 숯 파는 늙은이 있으니,

종남산에서 나무 베어 숯을 굽고 있네.

얼굴 가득 재를 뒤집어써 그을음 색이니,

양 뺨 살쩍은 세어 열 손가락 모두 검네.

숯 팔아 돈 생기면 어디 쓰려는 것일까.


몸에 걸칠 옷과 입에 넣을 음식뿐이라네.

가련하게도 몸에 걸친 것은 홑옷뿐이니,

숯값 떨어질까 걱정돼 더 춥기 바라네.

밤새워 장안성 밖에는 눈이 한 자 쌓이니,

새벽에 숯 수레 몰아 언 길 마구 달렸네.


소 힘들고 사람 허기진 데 해가 중천이니,

시장 남문 밖 이르러 진흙 속에서 쉬네.

옷 나부끼며 말 타고 온 두 사람 누군가,

황궁의 내시로 흰 저고리의 젊은이라네. (황의사자)

조칙 손에 들고 입으로는 어명을 칭하니,


수레 돌려 소 몰아 북쪽으로 끌고 가네.

수레 하나에 천여 근 숯이 실려 있으니,

사자가 재촉하니 아까운들 도리가 없네.

붉은 생사 반 필과 비단 한 장이라 하니,

소머리에 비단 걸치고 숯값으로 친다네.


수레를 강탈하는 당나라 환관수레를 강탈하는 당나라 환관

(출처 : 바이두 백과)


[賣炭翁, 賣炭翁] 매탄옹매탄옹

[伐薪燒炭南山中] 벌신소탄남산중

[滿面塵灰煙火色] 만면진회연화색

[兩鬢蒼蒼十指黑] 량빈창창십지흑

[賣炭得錢何所營] 매탄득전하소영


[身上衣裳口中食] 신상의상구중식

[可憐身上衣正單] 가련신상의정단

[心憂炭賤願天寒] 심우탄천원천한

[夜來城外一尺雪] 야래성외일척설

[曉駕炭車輾冰轍] 효가탄차전빙철


[牛困人饑日已高] 우곤인기일이고

[市南門外泥中歇] 시남문외니중헐

[翩翩兩騎來是誰] 편편량기래시수

[黃衣使者白衫兒] 황의사자백삼아

[手把文書口稱敕] 수파문서구칭칙


[廻車叱牛牽向北] 회차질우견향북

[一車炭重千余斤] 일차탄중천여근

[官使驅將惜不得] 관사구장석불득

[半匹紅紗一丈綾] 반필홍사일장릉

[系向牛頭充炭直] 계향우두충탄직


얇은 옷만 걸친채 숯 파는 노인얇은 옷만 걸친채 숯 파는 노인

(출처 : 바이두 백과)


헐벗고 굶주린 숯장수 노인이 고생 끝에 구워낸 한 수레 가득한 숯을 태감이 '반 필의 명주와 한 장의 비단'을 주고 강탈해가는 모습을 선명히 그려 놓은 명작이다. 훗날 왕부지는 독통감론에서 당나라 환관의 피해를 이같이 지적한 바 있다.


"당나라는 환관들이 '감군'으로 있으면서 외침의 위기에 놓이게 됐고, 천자 역시 이들이 금위군을 지휘하면서 위험에 노출됐다. 이들은 황제를 위협하며 전횡하다 마침내 멋대로 폐립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러니 어찌 두려워할 바가 있겠는가?


실제로 저들은 꺼리는 바가 없었다. 궁정에 피가 낭자한 이유다. 이들은 군사권 장악을 기화로 각지의 장수들과 깊이 결탁한 뒤 그들의 영욕과 생사를 손에 틀어쥐었다."


오대십국지, 신동준, 학오재, 79p


당나라 헌종 원화元和 시기에 쓰인 것으로 추측되는 백거이의 숯 파는 노인(또는 숯 굽는 노인)입니다. 당시 신책군의 횡포가 심했는데 이들을 손에 쥐었던 환관들의 전횡은 더 심각했습니다. 헌종 본인이 환관들에 의해 옹립되었기에 백성들의 밥상을 뒤집는 이들에게 상을 내리는 등 그 횡포를 바로잡진 못했습니다. 황의사자黃衣使者가 수레를 빼앗고 그 안의 숯을 내다 버리는 것은 이런 시기를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던 백거이도 장안에 들어와선 열정적으로 사회 부조리 타파에 열을 올립니다. 그렇지만, 흉포한 환관을 제어할 황제 본인도 비리에 빠졌으며 비슷한 시기엔 어머니가 꽃 구경을 하다 물에 빠져 죽습니다. 계속된 상소에 반격을 받은 그는 마침내 유배를 떠나고 매탄옹과 같은 시는 더는 쓰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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