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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노식의 출생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 (공씨지괴 노충)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6. 11.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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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노식의 출생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 (공씨지괴 노충)


공씨지괴孔氏志怪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노충盧充(한나라 노식의 조상)은 범양范陽 사람이다. 그의 집 서쪽 30리 되는 곳에 최소부崔少府의 묘가 있었다. 노충은 동지 전날 자기 집 서쪽으로 사냥을 나갔다.


노루를 발견하자 활을 들고 쏘았다. 화살이 명중하여 노루가 쓰러졌는데 곧 다시 일어섰다. 노충은 그 뒤를 따라가다가 어느덧 멀리까지 가고 말았다. 그러자 그 길 북쪽 1리가량 되는 곳에 고관의 저택 대문과 같은 것이 보였다.


문지기가 말했다.


"들어오시지요."

노충은 물었다.


"이곳은 어느 분 저택인가요?"


문지기가 대답했다.


"소부 나리 댁입니다."


노충이 말했다.


"이런 보잘것없는 신분으로 어찌 고귀한 분을 뵈올 수 있으리까?"


그러자 곧 한 사람이 새 옷 한 벌을 싼 보자기를 가지고 와서 그를 맞이했다.


노충이 방문했던 최소부의 집[한나라 노식의 비밀] 노충이 방문했던 최소부의 집


그것을 몸에 입자 맞춤옷처럼 모두 잘 맞았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서 소부를 만나고 통성명을 하자 술과 고기 안주가 즐비하게 나왔다.


최소부가 말했다.


"이전에 그대의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그대에게 내 막내딸을 주라는 것이었소. 그러해서 이렇게 초대했던 거요."


그리고 편지를 꺼내어 노충에게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 노충은 어렸는데 아버지 필적을 일찍이 본 적이 있었으므로 흐느껴 울다가 그 혼담을 승낙했다. 그러자 최소부는 곧 아내에게 명하여 딸(한나라 노식의 조상이 귀신?)을 단장시키도록 하고 노충을 동쪽 사랑채로 보냈다.


노충이 가자 상대 여성은 이미 수레에서 내리어 좌석 옆에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은 교배례交拜禮(상견이 끝난 후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절을 하는 것)를 했다. 혼례식이 있고 난 뒤 사흘이 지나자 노충은 돌아와서 최소부를 뵈었다.


최소부가 말했다.


"자네는 이제 돌아가는 게 좋겠어. 딸아이는 임신한 것 같군. 아들이 태어나면 반드시 자네에게 돌려보낼 것이야. 딸이 태어나면 내가 맡아서 기르기로 하겠네."


그러더니 밖에 명하여 곧 수레를 준비해서 손님을 모셔다드리는 것이었다.


죽은 사람과 혼인해 아이를 낳은 노충[죽은 사람과 혼인해 아이를 낳은 노충] 한나라 노식 조상


최소부는 문 앞까지 나와서 배웅했는데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별의 정은 살아있는 사람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한편 의복 한 벌과 침구 한 벌을 주었다.


노충이 수레에 타자 번개처럼 달리어 금방 자기 집에 도착했다. 가족들은 노충의 모습을 보자 희비가 엇갈리었고 이것저것 상황에 관해서 물었다. 그래서 노충은 최소부가 죽은 사람이며 그의 무덤에 들어갔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새삼스럽게 놀라며 탄식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3월 3일, 냇가에서 계제사禊祭祀를 하며 즐기고 있는데 문득 한 대의 우거牛車가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것을 목격했다. 그 수레가 냇가로 올라와서 멎었다. 노충이 다가가서 수레의 뒷문을 열어보니 최소부의 딸이 세 살 된 아들과 함께 타고 있었다.

노충이 보고 기뻐하며 그 손을 잡으려고 하자 딸은 손을 들어 뒤에 있는 수레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버지가 만나보시겠다고 하십니다."


곧 최소부가 나타났다.


노충이 다가가서 그때 이후로 있었던 일을 묻자 최소부의 딸이 아들을 안고 와서 노충에게 건네주었다. (이 아들은 살아서 아이를 낳아 노식의 조상이 됨)


또 황금 주발을 주고 이별을 나누었으며 아울러 다음과 같은 시詩를 한 수 주었다.


"밝게 반짝이는 영지靈芝의 자질, 빛나고 아름답게 얼마나 무성한가!

때가 되어 고운 꽃 피어나니 경이로움에 신기함 드러내네, 맺은 꽃봉오리 피어보지도 못한 챈, 한여름에 서리맞아 시들었네.


빛나는 영화榮華 길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인생길 영원히 펼칠 길 없는데 음양의 이치 깨닫지 못하였네.

홀연 철인哲人이 강림할 때까지는 잠시의 만남과 빠른 이별도 모두 천지신명께 달린 것이로다.


죽은 사람과 혼인해 아이를 낳은 노충[한나라 명신 노식]


무엇을 내 낭군에게 드릴까?


황금 주발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네.

은애恩愛함도 이제는 이별이니, 끊어지듯 아프기만 한 이내 간장이여!"


노충이 아이와 주발과 시를 받자 문득 두 수레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니 좌중의 사람들은 망령이라 생각하고 모두 멀리서 침을 뱉었는데 아이의 모습은 아까 그대로였다. 아이에게, "누가 네 아버지냐?" 라고 물으니 아이는 곧바로 노충의 품에 안기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언짢은 기분이었지만 시를 돌려가며 읽는 사이에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사이의 오묘한 교분에 개연히 탄식하였다.


노충은 장터로 주발을 팔러 나갔는데 값을 높이 불러 금방 팔려고 하지 않은 채 주발의 값어치를 아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문득 한 노비가 주발을 사고 싶다며 묻더니 돌아가서 주인에게 보고했다. 주인이란 바로 최소부 딸의 이모였다. 곧 아이를 조사해 보려고 사람을 보내니 과연 그대로였다.


(그 주인이) 노충을 만나 말했다.


"내 조카딸인 최소부의 딸은 시집가기 전에 죽었습니다. 집안사람들은 그 죽음을 애통해하며 황금 주발 한 개를 관 속에 넣어주었답니다.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주발을 보니 (그것과) 아주 흡사하군요. 그 주발을 입수하게 된 경위를 들려주지 않으렵니까?"


노충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래서 곧 그 아이를 맞으러 노충네 집으로 갔다. 그 아이는 최소부의 딸도 닮았고 노충과도 닮아 있었다.


최소부 딸의 이모는 말했다.


"내 조카딸은 3월 말경에 태어났지요. 그 아버지가 말하기를 '봄철은 따뜻하고 온화하니[煖溫] 훌륭하고 강하게[休强] 키웠으면 한다'라며 즉석에서 자를 온휴溫休라고 지었지요. 온휴는 대저 혼령과 결혼을 한다幽婚란 뜻이니 그럴 조짐이 이미 나타났던 것입니다."


아이는 성장하여 마침내 훌륭한 인물이 되어 여러 군의 태수를 역임했고 뛰어난 치적을 세웠다.


그 후손에서 노식이 태어났고 한漢나라 상서尙書가 되었으며 노식의 아들 노육盧毓은 위魏나라 사공司空이 되었다. 대대로 고관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세설신어 中, 안길환, 명문당

세설신어 中, 방정(현사들의 바르고 모범이 되는 언행) 편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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