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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자명본지령 [조조는 야심을 최대한 억제하다]

믿을만한 건강정보 2022. 12. 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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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양현자명본지령讓縣自明本志令은 일명, 술지령述志令이라고도 합니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는 뜻으로, 조조를 연구하는 분들이 꽤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조는 헛된 명성에 연연하며 대의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선포했습니다.

 

원술, 원소, 도겸 등이 헛된 명성에 연연하며 사방의 적을 스스로 불러온 사례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합리적이면서 원초적인 자신의 본능을 억누를 줄 알았던 조조이기에 이런 글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양현자명본지령은 천자가 내린 현 세 곳을 사양하며 스스로 자기 뜻을 밝힌 포고령이며, 삼국지강의 1권 2강 간웅의 수수께끼 편에서 발췌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여러 번역본이 있는데 삼국지 강의의 것이 가장 정확한 것 같아요. 읽기도 좋고요.

 

번역 1. 조조의 야망, 순욱의 민생개혁

번역 2. 양현자명본지령 신동준 역 자치통감 전문

번역 3. 일곱번째 이야기 - 조조의 고백

 

이중텐의 삼국지강의
이중텐의 삼국지강의

<요즘엔 할인이 많이 됐네요. 두 권 합쳐서 3만 원이면 삽니다>

 

조조의 양현자명본지령

 

나는 출신도 좋지 않고, 무슨 초야에 묻혀 살며 이름이 알려진 선비도 아니라서 남들이 나를 업신여길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군一郡의 태수가 되어 정사와 교화를 잘 베풀어 명예를 세운 뒤에, 세상의 선비들에게 나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리고자 했다. 뒤에 국가가 난리를 만나게 되자, 나는 남자라면 국가를 위해 힘을 다 바쳐 공을 세워야 한다고 여겨서,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을 했다.

 

이때 나는 큰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정서장군征西將軍의 임무를 맡아, 죽고 난 뒤에 묘비에 '한 정서장군 조후의 묘漢故征西將軍曹侯之墓'라는 한 줄이 쓰일 수 있다면 매우 만족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때도 나는 병사를 많이 거느리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세력이 커질수록 적들도 많아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번 승리를 거둘 때마다, 한 번씩 군대를 줄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나의 포부가 유한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 이렇게 큰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조조의 양현자명본지령
조조의 양현자명본지령

 

이제 야심이 커진 나는 제齊 환공桓公과 진晉 문공文公이 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

 

현재는 천하게 크게 혼란하고 제후들이 할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패자覇者를 칭할 뿐, 황제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미 위대한 한나라 조정의 승상이다. 신하라는 신분으로 말하자면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으므로,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지나친 욕심은 없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여기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한다. 만약에 나라에 내가 없어지면 몇 사람이 황제를 참칭할지, 몇 사람이 왕을 참칭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아무개가 여기에 눌러앉아 있지 않으면, 온갖 사람들이 더욱 소란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어떤 이들은 조조가 공을 이루었으니 은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땅히 자신의 봉지封地를 받은 제후국으로 가서 만년을 편안하게 보내야 하고, 또 당연히 자신의 직무와 권력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그런데 미안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직무를 사양할 수도, 권력을 넘겨줄 수도 없다. 내가 병권을 놓게 되면 남들에게 화를 입을까 진정으로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병권을 손에 쥐고 있으므로 누구나 따르는 권위를 갖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단 넘겨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해치지 않겠는가?

 

그러면 나의 처자식들은 생명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고 폐하 또한 안전할 수가 없다. 자손들을 위해서 계책을 세워놓아야 하며, 게다가 내가 패할 경우는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권력을 넘겨줄 수 없다.

 

폐하께서 나에게 내려주신 봉지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많은 땅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그래서 사양한다. 요컨대, 강호江湖 지역이 아직 평정되지 않았으니 승상의 자리를 사양할 수는 없고, 봉읍에 대해서는 사양할 수가 있다.

 

헛된 명성에 연연하다 현실의 재앙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 속 조조의 이미지
중국 드라마 속 조조의 이미지

 

손권이 황제가 되라고 조조를 도발했음에도 넘어가지 않은 이유가 여기 나오네요. 헛된 명성(황제)에 연연하며 사방의 적들에게 절대적인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또한, 황제가 되면 한나라의 신하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내부 분열을 일으킬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이기도 하죠.

 

반대로 이해하자면 아직 황제가 되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비가 황제가 될 시기엔 이미 한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소수에 불과했으나, 조조 생전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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