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의 태시太始 4년, 서력으로 헤아리면 기원전 93년, 부쩍 더위가 심해진 구력舊曆 5월의 어느 날 한대漢代의 으뜸가는 영주英主로 불려진 무제武帝는 태산泰山에서 산둥山東 지방까지의 성지의 순행巡幸을 함께 한 중서령中書令 사마천司馬遷은 2개월만에 수도 장안長安에 돌아왔다. 중서령은 중서알자령中書謁者令의 약칭이다. 알자謁者란 궁정宮廷의 의식儀式을 관장하는 관리로 (현재 일본의) 궁내청宮內廳의 식부관式部官에 해당하는 관리다. 관등官等은 4백 석으로 별로 높진 않지만, 특히 미염대음(美髥大音 아름다운 수염과 큰 목소리)의 호청년(好靑年 잘 생긴 사람)이 선발되어 일했다. 상적緗積이라는 옅은 황색의 삼으로 된 큰 관을 쓰고 외겹으로 된 하얀 명주의상을 입은 수려한 모습은 궁중에서 한층 눈에 띄는 존재였다. 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