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

무식한 중국 사람을 꼬집던 박지원 [열하일기 피서록]

믿을만한 건강정보 2016. 12. 21. 15:31

박충朴充과 김이어金夷魚는 모두 신라新羅 사람으로서 당唐에 들어가 빈공賓貢 진사進士에 합격하였다. 당 장교張喬(당唐 소종 때의 문학가)의 송김이어봉사귀본국送金夷魚奉使歸本國이라는 시詩에,


[渡海登仙籍] 바다를 건너와서 선적(빈공과의 학적學籍)에 올랐더니,

[還家備漢儀] 고향에 돌아갈 젠 한의(중국의 문물文物)를 갖추었네.


라 하였고, 장교는 또 송박충시어귀해동送朴充侍御歸海東이라는 시에,


[天涯離二紀] 하늘가에 떠나온 지 이제 벌써 스물네 해,

[闕下歷三朝] 대궐에 드나들어 세 임금을 섬겼구나.


라고 하였더니, 중국의 인사들이 나와 처음 만날 때 반드시 먼저 항해航海의 노정과 어느 곳에서 상륙하였는가를 묻기에, 나는 줄곧 육로를 따라 요동으로부터 산해관을 들어 연경에 닿았다고 답하면 그들은 혹시 믿지 않은 이가 있어서,


[渡海登仙籍] 바다에 건너와서 선적에 올랐더니,


라는 글귀를 외어 고증考證을 삼으니, 이는 우리나라가 저 먼바다 밖에 있는 유구琉球나 구라毆邏(구라파)와 같은 나라인 줄로 아는 모양인즉 중국 사람들이 가끔 무식하기가 이와 같았다. 아침 날 산장山莊 밖에 천관千官들의 퇴근하는 모습을 구경한즉, 붉은 벙거지에 마제수馬蹄袖를 입은 차림들이, 사람으로 하여금 부끄럽기 짝이 없음에 비하여, 우리나라 사신들의 의관이야말로 신선처럼 빛이 찬란하였다. 그러나 그 거리에 노는 아이들까지도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서 우리를 도리어 연극을 하는 배우 같다고 하니, 아아, 서글프다.


열하일기 피서록(熱河日記, 避暑錄)


치파오, 마제수치파오, 마제수


ps1. 예나 지금이나 대국大國에 사는 사람들은 외국에 별 관심이 없네요. 그리고 박제가와는 다른 시야라 북학파를 연구하는 데에서도 좋은 자료입니다.


ps2. 마제수馬蹄袖현대 패션 디자인에 나타난 치파오의 디자인 특성 참조. 치파오는 그 명칭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만주족이 착용하였던 것으로,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복식 형태이다. 청대淸代 이전 만족의 남녀노소가 모두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장포를 입었다. 만주족의 장포는 단單이나 홑겹이나 면棉 혹은 가죽 등으로 계절에 따라 재질이 달라지고, 청색의 포복袍服을 착용하였다.


그 양식은 단령團領에 우대금右大襟 구반扣袢에 착수窄袖이고, 좌우 도련에 트임이 있었다. 수구袖口에 반원형의 수두袖頭를 덧붙여 겨울에는 손등을 보호하기도 하고 활동에 편리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을 예로부터 전수箭袖 혹은 마제수馬蹄袖라고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