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매천야록 서평, 구한말(조선 말기) 실상을 폭로하다

황현 매천야록 서평, 구한말(조선 말기) 실상을 폭로하다


서해문고의 오래된 책방 12번째 책은 황현의 매천야록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서해문고에 항상 감사하며 구한말을 다룬 이 책의 서평 시작합니다.


참고로 황현은 조선 말기 신문과 여러 소문들을 접하고 믿을만한 정보만으로 매천야록을 지었습니다.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황현의 절명 시 중 네 번째 구절

鳥獸哀鳴海岳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시대를 기록하는 데 필요한 문자와 그 문자를 아는 어느 누군가가 있다.


이 시대에서, 누군가는 후세에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쓴다. 또 누군가는 욕망을 이뤄내기 위한 글을 쓴다. 다른 누군가는 욕망을 비난하기 위해 글을 쓴다.


서해문고 매천야록 황현[역사책 서평] 서해문고, 조선 후기의 혼란함


구한말 매천야록

이 책에는 욕망을 이뤄내기 위한 수단이자, 비이성적인 이들의 행위를 비난하기 위한 글이 쓰여있다. 매천야록의 저자인, 황현은 1910년 국권 침탈이 이뤄지자 아편을 복용하고 세상을 떠난다.


글을 아는 인간이자 국가에 대한 충심이 크디큰 그에, 국권침탈이란 문자는 생명을 놓아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종래엔 한일합방이란 표현도 사용했으나, 이는 일본 측이 경술국치를 멋대로 해석한 낱말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조선 말기의 이 비극적인 사건은, 국권침탈 또는 경술국치가 옳은 표현입니다.


고통을 안겨주든 문자를 알던 그에게 글 아는 사람 노릇이란 어떤 의미일까?

고통이 수반된 그 문자가 안경에 맺힐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에게 그 당시의 글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고통과 쾌감, 환희와 슬픔, 분노와 냉정, 그가 남긴 매천야록의 글은 무엇일까?


우매한 임금, 간사한 왕비 그리고 편협한 어르신 한 분

구한말, 고종은 친정을 시작한 이래로 매관매직을 멈추지 않았다. 민비는 정권을 잡은 이래로 국고를 거덜 내기로 작정한 듯, 과소비를 멈추지 않았다. 흥선대원군은 정권을 잡으면 편협한 사고로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을 적으로 삼았다.


이 무능한 이들의 한심한 정치 속에서 부정부패는 날로 심해졌고, 민 씨 일가의 배는 점점 더 불러왔으며, 고종의 뒷주머니도 마를 날이 없었다.


명성황후 민자영 민비 악녀[역사책 서평] 민자영, 명성황후, 민비


청나라 공사 서수붕이 말하길,

"본국은 벼슬을 팔아먹은 지가 십 년도 되지 않았는데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 ..... 귀국은 벼슬을 팔아먹은 지 삼십 년이나 되었는데도 제위가 아직 편안하니....." (고종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조선 말기 그의 모습을 보자면 그런 시도가 참으로 한심하게 여겨집니다.)


이에 대한 고종의 반응은 꽤 유쾌했다.


"임금이 크게 웃으며 부끄러운 줄 모르자..."


유비의 아들 유선이 진나라 황제 앞에서 기분이 좋다고 웃어대던 일화가 생각난다.


망국의 군주가 그러하듯, 그의 곁엔 간사한 왕비인 민비가 있었다. 우매한 행위와 다른 이에 대한 반응만 다를 뿐, 우매하기론 마찬가지다. 드라마가 명성황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꾸어 놓은 건 심각한 역사 왜곡이기도 하다. 구한말 매천야록의 민비는 간사한 망국의 주범 중 한 명일 뿐이다.

이처럼, 왕과 왕비가 이토록 우매하고 간사했음은 후대 사람들도 안타까워하는데, 동시대를 살았던 황현의 갑갑한 심정을 감히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그가 남기고 싶었던 글, 조선 말기의 한탄

적어도, 지금의 매천야록에 남아있는 슬픈 글을 남기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남기고 싶었던 시대의 글이란 과연 무엇일까? 눈물을 흘리며 결심한 그의 뇌수에 적혀있던 글은 무엇일까?


한 톨, 또 한 톨, 그다음의 한 톨, 그리고 그다음의 한 톨까지, 눈물로 흐트러진 그의 초점에 맺힌 아편은 차라리 목숨을 연명하는 그 시간마저도 버리고픈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꼬부라져 힘이 없는 나뭇가지보다 나은 거 없는 나의 목구멍 뒤로 넘기는 그 순간, 숨이 차올라 고통스러운 시간이 나를 얼마간 지배할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슬픈 문자를 접한 그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글을 아는 그가 고통을 견딜 수 없는 화염으로 빠져들었다.


사랑합니다. 나의 조상이여...

매천이 남기고픈 글을 다시금 되뇌어본다. 구한말의 슬픈 시기를 보낸 그의 애국심을 누가 가늠치 못할까?


감히 내가 추측해 보건대, 그가 마막으로 남기고픈 한 마디는 바로 이것이다.


"사랑한다. 나의 조선이여"


글을 아는 그가 슬픈 한 구절, 두 구절, 긴 어구를 만드는 그 과정이 어찌 고통스럽지 않았겠나?


명성황후 오페라 - 정말 불편하다[역사책 서평] 오페라 명성황후 - 정말 불편하다


눈물로 기록을 남긴 그의 충혈된 눈이 떠오른다. 노년의 그가 좋지 않은 시력으로 많은 글을 보고 많은 글을 쓴 건, 더욱 나은 다음의 기록을 기대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의 군주가 조금 더 총명해져서, 나와 같은 백성들이 조금 더 밝은 희망을 품고 미래를 살아갈 희망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 말기를 살아가던 민중들의 희망이 아니었을까


슬프디슬프다.

글을 아는 자로서, 이런 슬픈 글을 남기게 된 구한말 황현의 심정을 더듬어 보면 너무나도 슬프다. 그가 글을 쓰는 1분 1초의 순간에도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슬픈 기록의 역사다.


책을 완결짓지 못하고 세상을 뜰 정도로 그는 세간의 미련을 모두 버렸다. 눈물을 흘리던 노구의 황현이 떠오른다.


ps1.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떨리는 손을 얼마나 움켜잡으며 슬픈 문자를 적기 위해 울음을 참았을까. 매천 황현. 그의 슬픈 문자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심장에 이름 모를 두근거림을 남겨주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ps2. 이렇게까지 감정이 이입되어 읽은 책은 오랜만인 듯.


매천야록 서해문고 - 황현 지음, 허경진 옮김

황현 매천야록 서평, 구한말(조선 말기) 실상을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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